충청병사 이장회(李長會)가 등보합니다. 병영의 우영관(右領官) 이용정(李容正)이 회덕에 출진한 연유는 이미 급히 아뢰었습니다. 행 순찰사(行巡察使)가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성을 수비하는 것이 허약합니다. 이달 11월 12일 유시(酉時, 오후 5시~7시) 쯤에 문의현령(文義縣令) 조용하(趙庸夏)이 올린 첩정을 살펴보니, 호남 비류 몇 천 명이 12일 오시(午時, 오전11시~오후1시)에 회덕에서 방향을 바꾸어 문의현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신의 병영과는 30리 밖에 되지 않는 거리이어서 특별히 사람을 파견하여 상세히 탐지해보니, 적도가 과연 신의 병영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한밤중에 잔약한 성의 방어책을 모종의 형태로 수립하였는데, 마침 일본국의 철로 기사병(鐵路技士兵) 20여 명이 있었습니다. 이에 저의 병영의 수성병(守城成兵) 200명 및 서리와 장교, 관노와 사령, 병영에 거주하는 백성들과 합세하여 부대를 만들고, 기병(奇兵, 기습하는 군대)을 설치하여 매복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들은 밤새 달리고 달려서 과연 13일 새벽에는 비류들이 만 여 명이나 되었습니다. 기치를 삼엄하게 벌리고, 포성이 땅을 진동하였는데, 성에서 2리 쯤 밖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신은 용감하게 성 밖으로 나아가 지휘하였습니다. 군사를 출동하여 정병(正兵)으로 하여금 맞아 싸워서 격파하게 하고, 기병(奇兵)으로 하여금 협공하게 하여 그 선봉진을 쏘아 죽이니, 그 무리들이 후퇴하여 달아났습니다. 추격하여 사살한 자는 백 여 명이며, 노획한 물자는 매우 많았습니다. 적도들은 그대로 청주(淸州) 외산천(外山川)의 민보(民堡)에 도망쳐 들어갔습니다. 민보는 산꼭대기에 있었는데 때가 이미 저물어서 배고프고 피곤한 병사들을 가지고 삽시간에 공격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우선 성에 들어가서 다시 계책을 마련하여 적을 섬멸할 것을 기약하였습니다.
삼가 듣기에 호남의 거괴 전봉준이 선봉진이 되어 공주를 침범하였으며, 김개남은 중군(中軍)이 되어 청주를 침범하였고, 또 한 놈은 후군(後軍)이 되어 호접응(接應)한다고 합니다. 이 날 깃발의 구호는 모두 중군(中軍)이었습니다. 또 총으로 쏘아 죽인 선봉진놈은 몸에 갑주를 착용하고 옷은 능라비단을 입었으며, 체모는 몹시 건장하였으니, 김개남 같았는데, 그 놈이 아니라면 또 한 명의 거괴일 것입니다. 노획한 물자는 책을 만들어 도순무영(都巡撫營)에 올려 보냈습니다. 앞으로의 형세도 잇달아 등문(登聞, 임금께 아룀)할 계획입이므로, 치보(馳報)합니다.
제(題) : 고립된 성의 홀로된 부대로서 기병(奇兵)과 정병(正兵)을 번갈아 내고 진을 합했다 나누었다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이와 같을 수 있겠는가. 기습공격은 매우 감탄스럽다. 외산천에 있는 정의 형세를 상세히 탐지하여 보고하라. 그리고 선봉진에 서서 침범한 갑주 입은 도적은 성명을 탐지하여 곧바로 속히 보고하라. 방금 진잠에서 보고한 바를 보니, 14일 남적(南賊)들이 패하여 돌아가는 길에 진잠현에 돌입하였다고 한다. 이 남적들이 두루 침범할 것 같으니, 또한 탐지하여 보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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