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분화동에 사는 전 감찰 황원지가 호소함

보은(報恩) 분화동(粉花洞)에 사는 전 감찰(前監察) 황원지(黃元芝).

살펴주십시오, 삼가 말씀드리옵건대 저희 분화동은 외진 산골에 위치해 있어서 풍속이 순박하고 거주하는 주민은 농사를 경작하는 것을 본업으로 하기 때문에 애당초 사학(邪學)의 선동(煽動)에 전염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시끄러운 난리를 당하여 염탐하고 체포하려고 하니 사방에 뿔뿔이 흩어져 옥석(玉石)이 함께 타버리지 않을까 염려가 없지 않습니다. 이에 어리석은 백성이 의심을 품고 잘못 재앙을 입지나 않을까 두려워 이에 감히 호소(呼訴)하오니, 삼가 바라건대 참착하여 헤아리신 뒤에 특별히 소생으로 하여금 마을을 주장하여 진정시킬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이후 한 명의 백성이라도 사설(邪說)에 물드는 폐단이 있으면 소생이 기망(欺罔)한 잘못을 책임지고 죄를 받아도 후회가 없다는 뜻으로 감히 위와 같이 말씀드리오니 처분을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마지않습니다.

제(題): 온 마을이 이미 사설(邪說)에 물드는 일이 없었다면 각별히 장령(將領)에게 신칙(申飭)하여 혹시라도 침범하지 말도록 하라. 이후에 만약 한 명의 백성이라도 억지로 동도에 가입시키고 몰래 서로 내통하는 폐단이 있다고 하면 마땅히 법으로 다스릴 것이다【출진(出陣)한 장관(將官)과 각진(各陣)의 교졸(校卒)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