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각 읍과 경기 6읍에 전령함

천토(天討, 하늘이 내리는 주벌. 천벌과 같은 뜻임)를 행하니 비얼(匪蘖)들이 달아나 숨었으며, 소란을 겪은 뒤여서 민정(民情)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놀란 혼백이 겨우 안정되어 사방으로 흩어진 자취들이 조금씩 모여들어 이에 이르렀으니 회유하기를 조금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군사들이 지나갈 때마다 매번 공평하고 선량한 백성들을 침범하는 일이 많으며, 이미 잘못을 고친 뒤에 이전보다 더욱 죽이는 일이 지나치며, 이제 그치려 하는 때에 더욱 격렬하게 소요를 일으켜, 마침내 의심하고 겁을 먹어 방황하여 그 생활이 불안하기에 이르렀으니, 이것이 어찌 포악함을 금지하고 어지러움을 그치게 하는 본뜻이겠는가? 민생이 매우 고통스러워 항아리에 얼마나 남아 있겠으며, 무엇을 얻어도 시끄럽고 거두어도 많지 않다. 이미 노략질을 당한데다가 또한 공억(供億)도 있어서 설령 백성을 진휼하는 방안을 모두 실행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추위에 몸이 얼어붙고 굶주릴까 걱정이 된다. 혹은 군량에 의지하지만 이내 강제로 빼앗아 가며, 혹은 적들이 남긴 장물에 의지하지만 결국에는 적몰(籍沒)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거리낌 없이 온갖 짓을 다하여 마을이 텅 비어버렸으니, 슬프도다. 내가 무고한데 어찌하여 이같은 궁지에 몰리게 되었는가? 지금 백성들이 어느 곳에도 의지하여 머물러 살 곳이 없으며, 관(官)이 백성을 보기를 을러대듯이 하며, 백성이 관을 믿기를 운명으로 여기고 있다. 상하가 굳게 결속해야만 편안하게 보호할 수 있다. 먼저 오5가(五家)로 통(統)을 만들고 통에는 수(首)를 두어, 이 동네와 저 이웃이 한 마음으로 협력하며, 환란이 있으면 서로 돕고 간악한 일이 있으면 서로 규찰하고 서로 경솔하게 움직이지 말며 영원히 편안하기를 도모하라. 설령 유혹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즉시 뉘우친 자와 협박을 받았다가 돌아선 자는 그 정상을 살펴서 참으로 측은하다면 모두 평민과 똑같이 간주하며, 침범하여 소요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관군과 의병의려(義旅)들이 장정을 모집하고 진(鎭)의 교졸이 왕래하면서 부정을 저지르고 민간의 재물을 약탈하는 자들은 모두 엄중히 중지시키고 그 이름을 급히 보고하여 군율을 바로 잡도록 하라. 놓친 비괴가 모습을 감추고 악한 짓을 저지른다면 법으로 보아 용서할 수 없으니 사람마다 죽일 수 있으므로 만일 붙잡아서 관에 바친다면 후한 상을 베풀 것이다. 매번 민정(民情)을 생각하면 한밤중에도 일어나게 된다. 지금 본영(本營)의 군관과 참모를 파견하여 나를 대신하여 지극한 뜻으로 타이르고 아울러 이 말을 진서와 언문으로 옮겨 각 동네에 전하여 모두 아무런 의심 없이 편안하게 생업을 즐길 수 있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