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沃川) 안내(安內)의 창의소(倡義所) 통문(通文)
위의 글은 널리 깨우치기 위함입니다. 우리 동방(東邦)은 기성(箕聖, 箕子를 말함) 성인 이후로 유학을 숭상하고 도(道)를 중시하였다. 본 왕조에 이르러서 다스림과 교화가 아름답고 밝았으며 백성을 북돋아 기른 것이 500여 년이 되었습니다. 불행히도 사교가 몰래 치성하여 동학이라고 말하고, 처음에는 어리석고 미혹한 백성들을 속이고 유혹하더니 끝내는 곧 주경야독하는 선비까지 협박하여 가담을 시켜서 평민을 침탈하고 마을에 행패를 부리니 그 죄상을 낱낱이 헤아린다면 책에 다 적을 수 없을 정도로 끝이 없습니다. 지금 임금의 분부가 절실하고 엄하여 군사를 명령하여 보내서 거역하는 자는 토벌하고 귀화하는 자는 편안히 어루만져 주었는데, 아! 저 어리석은 무리들이 포(包)를 일으키고 무리를 모아서 감히 왕사(王師)에 대항하니 이 어찌 멋대로 날뛰는 대역죄인이 아니겠습니까? 춘추(春秋)의 법에, “난신적자(亂臣賊子)는 먼저 그 무리를 다스린다.”고 하였고, 또 말하길 “누구나 그들을 주륙할 수 있다”고 하였으니 이것은 만고이래의 큰 법입니다. 근래 동학에 들어간 자가 주경야독하는 사람 아님이 없습니다. 우매한 백성들이 혹은 협박을 당하기도 하고, 혹은 함정에 빠지거나 유혹되었다가 지금 열 줄의 임금의 교시[綸綍]를 보고는 모두 교화하였습니다. 그러나 저 무리들을 아직도 다 섬멸되지 않아서 민심이 끝내 안정되지 못하고 있으니, 공사의 나라 일을 생각하면 나도 몰래 슬피 통곡하게 됩니다. 삼가 원하건대 각 마을의 여러 어른들은 의심하거나 두려워하는 마음을 품지 말고 서로 경계하고 타일러서, 비록 (동학농민군이) 만 가지로 협박하고 유혹하더라도 저들 무리를 따르지 않겠다고 맹세하여 한마음으로 임금을 섬기면, 이것이 곧 신하와 백성의 도리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에 통문을 발송하니, (이 통문의 글을 살펴보고) 일제히 귀화하여 책으로 만들어 창의소로 보내고, 혹시라도 귀화한다고 말만 해놓고 속으로는 따르지 않는 뜻이 있거나 혹 거괴를 덮어두고 끝내 사사로움을 따르는 폐단이 있다면 마땅히 의병을 일으켜 그 마을을 모두 죽일 것입니다. 결단코 몰랐다고 말하고서 갑자기 죄를 성토 당하지 말게 하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이 통문을 각 마을로 전달하여 그곳 마을에서 귀화한 자들의 성명을 적은 책과 군수물자를 낱낱이 창의소에 보내되, 만일 사사로움을 따르고 탈을 핑계해 덮어두는 폐단이 있을 것 같으면 그곳 마을을 마땅히 의병을 일으켜서 토벌할 것입니다. 보은창의소(報恩倡義所)에 이 통문을 보냅니다. 대장 박정빈(朴定彬), 군관 육상필(陸相弼) 갑오 11월 일 통문을 보냄 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