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감사(黃海監司) 정현석(鄭顯奭)이 보고하는 일입니다. 일본군사가 연안(延安)으로 간 사유는 이미 보고를 드렸습니다. 이 달 27일 오시(午時, 오전 11시~오후 1시) 쯤에 수 3만 명의 적비(賊匪)가 본영(本營)의 서쪽 연하동(烟霞洞)에 벌과 개미처럼 진을 치며 웅크리고 있다가 성의 서쪽으로 바싹 가까이 다가가서는 성 밖의 민가에 불을 질러 40여 호나 불에 탔습니다. 바로 눈앞에서 불길이 맹렬히 타오르면서 하마터면 한 성이 재로 변하여 사라질 참이었습니다. 다행하게도 연안(延安)에 갔던 일본 군사 60여 명이 회군하여 감영 아래에 있는 수백 명의 포군과 감영에 소속된 천여 명의 붙이들이 함께 성의 서쪽 장대현(將臺峴) 아래에서 적과 격전을 벌여 적도 가운에 포를 맞고 죽은 자들이 20명이었고 사로잡은 자들은 15명이었습니다. 사로잡은 적들은 대부분 위협을 받아 어쩔 수 없이 가담한 이름도 없는 자들이어서 본영에서 경중을 나누어서 참작하여 처리하겠다는 뜻을 방금 아뢰었습니다.
제(題): 한편으로는 굳건히 지키고 또 한편으로는 토벌하면서 원군을 기다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