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현감(漣川縣監) 조명식(趙明植)이 보고하는 일입니다. 본 현에 있는 동학의 무리들이 이번에 동도를 배반하고 귀화하였기에 책으로 묶어 우선 보고합니다. 연천과 철원의 경계에 사는 이휘영(李輝榮)도 동도를 배반하고 귀화하겠다는 뜻을 철원부에 소로 올리면서 도장을 받은 것을 본 현의 관정에 직접 제출하였습니다. 그가 고한 내용에 따르면, 금년 여름에 신창(新昌)의 대접주(大接主) 박용호(朴龍浩)가 와서 저희 관하의 백성들에게 온갖 이야기를 하면서 유혹하자 그 말을 달콤하게 듣고서는 연천의 수접주(首接主) 조한봉(趙漢鳳)이 있는 곳으로 가서 도를 배웠습니다. 이 달 10월에 박용호가 보낸 통문경통(敬通)이 연천과 철원 등지의 읍에 도착하였기 때문에 저희 관하의 백성들이 신창에 가자, 박용호가 수백 명의 무리들을 거느리고 당진(唐津)에 머물렀습니다. 백성들이 교화를 거스르고 인륜을 거역하는 그들을 목격하고는 따라가지 않았을 무렵 조한봉이 10월 22일 홍주(洪州) 땅에서 죽임을 당하였고, 양주(楊州)의 동도(東徒) 남명원(南明元)은 10월 26일에 또한 (조한봉이) 피살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에 밤을 새워 달아나 돌아와서 즉시 귀화의 소를 제출하였다고 합니다. 대저 이휘영이 얼굴빛을 바꾸어 귀화하여 이처럼 상세히 고하였으니 그 뜻이 가상합니다. 이제 그를 보내니 참작하여 처분하여 주십시오. 북면(北面) 사동리(沙洞里)에서 동도를 배반한 자들의 성명은 원광의(元光義) 등 69명입니다.
제(題): 이미 귀화하여 생업에 편안히 종사하고 있으니 엄히 타일러 마음을 고쳐먹게 하라. 각읍(各邑)의 작통규식(作統規式)을 보내니 참된 마음[實心]을 다해 참된 정사[實政]를 펼쳐 큰 성과를 거두기를 기약하도록 하라. 이휘영은 사실을 조사한 뒤에 돌려보내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