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군관 홍재준(洪在駿)이 손으로 직접 써서 보고[手本]하는 일입니다. 일본군 장교 스즈끼 아키라(鈴木彰)가 회군하여 송경(松京, 개성)으로 간 연유는 이미 급히 보고하였습니다. 24일에 스즈끼와 함께 출발하여 25일에 연안에 도착하였습니다. 마침 송도의 병참에서 서신이 온 게 있었는데 조금 머뭇거리는 기색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연안의 수령과 함께 갖은 노력을 다하여 회유한 결과 비로소 해영(海營, 황해도 감영)으로 돌아가 구원하겠다는 허락을 받아냈습니다. 27일에 함께 해주에 다다르니 비도들이 산과 들을 온통 뒤덮었는데 몇 만 명이나 되는지 알 수 없이 많은 적들이 서문 밖 6, 7개의 마을에 불을 질러 연기와 불꽃이 하늘까지 치솟았고 바야흐로 성을 침범할 기세여서 일의 형편이 매우 급박하였습니다. 스즈끼가 즉시 휘하의 군사 60여명을 이끌고 서문과 남문으로 나누어서 재빨리 앞으로 나갔는데, 아군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날이 저물도록 격전을 치렀습니다. 그 산에서 포살(砲殺)된 자가 포수라는 명색의 9명아홉놈이고, 그밖에 총을 맞고 죽은 자는 어림짐작으로 수십 명이나 되었으며, 잔당남은 비도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10리쯤이나 멀리 달아나 크게 승리를 거두고 돌아왔습니다. 현재로서는 기쁘고 다행일지 몰라도, 적의 무리가 아직도 많을 뿐만 아니라, 평산 탁영대(濯纓臺)와 강령(康翎)의 여러 지역과 여러 군에서 소요가 일어나 만의 하나 위급하게 된다고 하면 지금의 남아 있는 군사들로서는 막아내기가 어려우며, 금전과 식량이 모두 부족하여 절박한 위기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빨리 일본 군사를 증원한 뒤라야 적들을 소탕할 방책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스즈끼는 또한 그 공훈을 높이 칭찬하여 장래를 격려하는 것이 합당할 듯합니다.
제(題): 적은 수로 많은 무리를 격파하였으니 용맹을 떨치고 명을 따른 것을 잘 알 수 있다. 참으로 가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