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감사 박제순이 보고하는 일입니다. 주둔 방비하고 있는 각 병사들이 모두 친군(親軍)과 연결되어 있으니 외도(外道)의 각 영(營)과 읍(邑)과 진(鎭)에서는 그들을 손님으로 대접해야 합니다. 해당 장관(將官)들이 평소 훈련을 하지 않으니 빨리 엄격하게 규정을 만들어 나태하지 않도록 하여 적들이 엿볼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이에 4개의 조목을 아래와 같이 열거합니다.
一. 병정(兵丁)은 마땅히 때에 맞춰 점호고를 해야 한다.
군사가 주둔한 이래 점고했다는 소식을 아직 들은 적이 없다. 유사시에는 장교와 병졸이 서둘러서 힘을 다하여 싸움을 하고 지켜야 하는데, 흩어져 있다가 나타나서 토벌에 힘쓰는 일은 아직 없으며, (오히려) 더 깊숙한 곳에서 배불리 먹고 있으니 어찌 단정하게 앉아 고요함을 익힐 수 있겠는가? 그 주인 되는 자가 갖가지로 종용하여 혹은 사채(私債)를 받아내기도 하고, 혹은 묵은 원한을 갚아주기도 하면서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일은 금하지 않을 수 없다.
一. 병정은 관아건물에 모여 거처해야 한다.
민가에 흩어져서 간사하고 음란한 짓을 하는 폐단과 도박을 하는 버릇이 가끔 있으므로, 관아건물에 모여 있으면 비록 경계해야 할 갑작스러운 일이 생기더라도 쉽게 (병사들을) 동원할 수 있다.
一. 병정은 배급받은 군량미로 손수 밥을 지어 먹어야 한다.
병정이 민가에 나누어 거처하여 마치 나그네가 주막에 있는 것처럼 하고 반드시 쟁반과 탁자를 갖추도록 하라. 또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는데, 설령 서가에서 밥을 먹지 않아도 서가에서는 이미 밥을 지었으니, 예를 들면, 관에서 밥값을 받는다. 동가에서는 또 정해진 숫자 외의 밥값을 더 받아간다. 관에서 계속 밑으로 내려갈수록 백성들은 비용을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또 병정의 친척붙이들도, 예를 들면, 밥을 먹고는 문득 관전(官錢)을 토색질하고 숫자를 세며 파느라 시끌벅적하지만 관에서는 일일이 조사해낼 수도 없으며 너그럽게 눈을 감아버리고 만다. 또한 거짓 인원수를 매겨놓고 공연한 비용을 받아가 잡비로 쓰고 있으며, 관에서도 이를 알고 있지만 감히 시비를 따지지는 못한다.
一. 병정들의 일비(日費)는 규정이 있어야 한다.
매일 두 끼의 식사와 점심 값으로 3전, 비상용으로 내리는 돈[不恒下錢] 3전이 있으며, 또 5일에 한 번씩 음식을 내어 군사를 위로하고, 10일에 한 번 미투리와 말편자 살 돈을 주며 날마다 6전씩 지급하여 한 달에 18냥을 1인당 예전처럼 나누어 지급하여 처음과 같지 못하다는 한탄을 하는 일이 없게 하고, 음식과 미투리와 말편자 등의 항목은 행군 시에 계산하여 지급하도록 한다. 이상 각 조항을 순무영을 통하여 병사가 주둔하고 있는 각 영(營)과 읍(邑)과 진(鎭)의 및 해당 장관(將官)들에게 알려서 일체 시행하도록 하여 소란이 없도록 한다.
제(題): 보고한 내용이 모두 좋다. 전령으로 잘 타이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