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사 홍병도(洪秉燾) 등의 소장을 이미 접한즉,
“고소인 등의 선조 남양부원군(南陽府院君) 장간공(莊簡公)의 묘가 서천군(舒川郡) 후당곡(後堂谷)에 있다가 세대를 내려오며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난 병자년(1876, 고종13) 봄에 고 영의정(領相) 홍순목(洪淳穆)씨가 친척 순락(淳樂)으로 하여금 그곳을 살피게 해 마침내 지석(誌石)을 얻었습니다. 잃어버린 이유를 살펴보니, 산 아래에 사는 구가(具哥)의 무리가 비석을 부수고 흔적을 숨겼으며 나무를 심어 무덤을 침범하고 압장(壓葬)하여 마음속으로 놀랐습니다. 그래서 그 모점(冒占)한 남의 무덤을 파헤쳐 없애 버렸더니, 갑오년(1894, 고종31)에 구문옥(具文玉)・구진구(具鎭九)・구사희(具士喜) 3명이 비도의 우두머리가 되어 그 족당을 이끌고 먼저 순락을 포박하여 비석을 부수고 무덤을 파서 훼손했습니다. 계속하여 또다시 수차례 압장하며 묘사(墓舍)와 위토(位土)를 탈취하고 산소 둘레에 심는 나무[松楸]를 모두 베어 버리니 세상에 어찌 이와 같은 변괴가 있겠습니까. 구씨 묘는 모두 파서 옮기게끔 해 선산(先山)을 또한 곧바로 다시 만들고, 3명의 구씨 우두머리 놈들과 그 나머지 구치군(具致君)・구덕명(具德明)・구인국(具仁國) 등 여섯 놈을 모두 곧바로 잡아 올려, 작년에 비석을 부수고 압장하며 부정한 짓을 하여 다시 죄를 범한 것은, 무거운 죄를 우선으로 처결하시고, 묘사와 위토 도세(賭稅)와 비석을 고치고 무덤을 다시 복구하는 비용과 나무 베는 대가와 소송의 비용과 남에게 빼앗긴 돈을 낱낱이 되돌려주시게 할 것을 바랍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를 조사하니 이 같은 일은 전에 없었던 것이고 이런 변고도 없는 일인지라, 해당 군에 훈령을 발하고 순검을 보내어 굴총을 당한 홍씨 분묘는 곧바로 다시 복구하도록 하고 압장한 구가(具哥)의 무덤들은 아울러 모두 파서 옮기며, 다른 한편으로 피고들을 붙잡아왔습니다. 구진구・구사희・구문옥・구인국・구덕명・구치군 등 여섯 놈을 체포하여 치군은 해당 군에 엄히 가두고, 진구 등 다섯 놈은 본소로 잡아들여 앞 항목의 조목들을 날마다 장(杖)으로 독쇄하여 수량에 따라 징봉(徵捧)하고 이를 곧바로 홍씨 집안에 출급하였습니다.
지난번에 도착한 홍병도 등의 소장에 근거한 고등재판소 훈령 안에,
“굴총을 당한 묘를 비록 이미 다시 돌려놓았으나 이와 같은 패악함에 이른 무덤을 파낸 변고에 법 집행이 아직 계류되어, 이처럼 호소하기에 이르렀으니 진실로 매우 의아합니다. 훈령이 도착하는 즉시 피고들을 잡아들여 범한 일의 각각의 사정을 절실히 조사하고 살펴 해당 법률을 빠르게 시행하고, 징수하는 조목은 고소장을 살펴 일일이 징수하여 돌려주고 신속하게 보고할 일.”
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를 조사하오니 묘를 이미 돌려놓고 돈은 비록 징수하였으나 그 죄를 범한 것을 궁구하면 자연히 마땅한 법률을 적용하여 처벌해야 할 것입니다. 그때의 광경을 상상하고 각각의 사람들의 공초를 참작하면, 구씨들이 무리를 모은 것이 마치 바람의 부스러기같이 되어 그들이 반드시 우두머리가 되려 한 것은 아니라고 차마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중 구진구・구문옥・구인국 등 세 놈은 곧 주범이므로 마땅히 법률의 헤아림이 있을 것이므로 이에 보고하오니 조사하시기를 바랍니다.
광무 원년(1897) 10월 3일
충청남도 관찰사 이건하
의정부참정 법부대신 한규설 각하
죄인 구진구(44세)
구문옥(42세)
구인국(39세)
문(問) 홍씨의 선묘(先墓)에서 너희들이 비석을 부수어 흔적을 감추고 나무를 심어 무덤을 능멸하고 압장(壓葬)하여 마음속으로 놀랐더니, 지난 병자년(1876, 고종13) 봄에 무덤의 봉분을 고치어 쌓고 모점한 무덤을 파 버렸는데, 갑오년(1894)에 너희들이 비적에 들어가 족당을 모아 비석을 부수고 무덤을 파고 훼손하여 연이어 또한 누누이 압장하고 묘사와 위토를 탈취하며 무덤 주위의 나무를 모두 베어 버렸으니 어찌 이러한 변괴가 있는가. 비록 제반 마땅한 징수는 이미 맞추어 납부되었으나, 범한 바의 죄상은 스스로 마땅한 법률이 있을 것이니 감히 삼키고 뱉는 것이 없이 사실대로 보고하라. 공(供) 저희들이 홍씨의 선묘를 누차 이미 능멸하여 평평한 땅으로 만들었으며 비석은 글자를 갈아 흔적을 감추었으니, 스스로 범한 바를 돌아보면 올릴 말이 없사오며 제반 마땅한 징수는 이미 준납하였사오니 오직 처분을 기다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