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무 경무서에 체포 수감되어 있는 동학 거괴(巨魁) 고문선을 이미 법에 따라 선고하고 안을 만들어 질보(質報)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총순(總巡) 곽경근(郭慶根)의 보고서를 받아 보니 그 안에,
“음력 지금 2월 18일 신시(申時, 15~17시)에 간수 정복만(鄭卜萬)이 보고하기를 경무서에 갇혀 있는 동학 거괴 고문선이 신병으로 크게 아팠다가 당일 신시에 그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몸소 살펴 조사하니 나이가 46세가량인 남자가 감옥 안의 갈대자리[蘆席] 위에 반듯하게 누워 죽어 있었습니다. 입고 있던 옷은 당목면(唐木綿) 저고리(赤古里) 한 벌과 당목면 바지[袴] 한 벌과 당목 버선[襪] 한 벌입니다. 차차 조사해 보니 신장이 5척 3촌이요, 머리카락은 팽팽하고, 두 손은 조금 쥐고, 몸의 앞뒤 살갗이 부르터서 노랗고, 입과 눈은 닫혔고, 하복부는 우묵하게 파이고, 목구멍과 항문에 은비녀를 써 보니 색이 변하지 않고, 몸 아래위를 따라 다른 상흔이 없으니 병으로 인하여 사망한 것이 확실합니다. 그러므로 초석(草席) 한 장을 덮어 안치하고 이에 보고합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시신은 내어서 매장하게 하고, 이 죄수가 법의 처벌을 받기 전에 죽어서 매우 애석합니다. 이에 보고하오니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광무 4년(1900) 3월 19일
전라북도재판소 판사 이완용
의정부찬정 법부대신 임시서리 의정부참정 김성근 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