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과 같이 첩보합니다. 전 면장 홍순철(洪淳喆)이 무슨 죄로 책임을 지고 소임이 갈렸는지 황공해하며 물러났습니다. 새 면장 명채선(明采善)이 무식의 소치로 직임을 감당하지 못하여 재차 사양하고 직무를 보지 않고 있어서 면내의 일을 주관할 사람이 없기에 참으로 송구스럽습니다. 그리고 그간에 동적(東賊) 이명숙(李明叔)이 돈 65냥을 추동(秋洞)의 임정서(林正瑞)의 집에 맡겨 둔 것을 탐지하여 어제 샅샅이 뒤져서 찾았는데, 유회소(儒會所)가 그 사이에 쓴 비용이 25냥이 되어서 이 돈을 배급하였습니다. 남은 돈 40냥은 응당 관아에 바쳐야 하지만 일전에 관아에서 수막군(守幕軍, 군막을 지키는 군사)과 성역군(城役軍, 성의 일을 하는 군사)에게 한 차례 소를 잡아 호궤(犒餽)하라고 제교(題敎)한 일이 있었는데 면의 재력이 닿지 않아 오히려 정지하였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돈으로 송아지 한 마리를 사서 호궤를 행한다면 이것이 과연 궁핍한 백성들의 재물을 낭비하지 않고도 조금 마음을 풀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어떻게 처분하실지 모르겠기에 이러한 연유로 첩보합니다.
갑오년(1894, 고종31) 12월 초3일
도면정(都面正) 성하동(成夏東)
[제사]
면장은 그 모친상으로 인하여 우선 갈린 것인데, 보고한 내용이 이와 같으니 즉시 다시 임명하여 사무를 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돈에 관한 건은 이 돈으로 호궤를 한다면 매우 온당치 못한 일이니 형편 닿는 대로 관아에 들여보내도록 하라. 유회소가 쓴 비용에 관한 건은 합당하게 구획하도록 할 것.
초3일
관(官) (서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