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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동학농민혁명 관련 고문서 東學農民革命 古文書
일러두기

통문(通文)

우리나라는 기성(箕聖)이 온 이래로 평소 예의의 나라라고 일컬어 졌는데, 본조(本朝, 이씨 조선)에 이르러 성명(聖明)한 임금이 뒤이어 계승하고 명현(名賢)이 배출되니, 아름다운 문물이 찬란하여 볼만하였고 의관제도(衣冠制度)가 천하에서 으뜸이었습니다. 그런데 근래 외국이 개화를 구실로 기회를 틈타 도성에 느닷없이 들어와서 화심(禍心)을 품은 채 위태로운 기미를 몰래 엿보았습니다. 이에 헤아릴 수 없는 변고가 이르지 않는 곳이 없더니 머리카락을 자르라는 이 한 가지 일에 이르러 극에 달했습니다.

이 머리카락은 부모가 처음 낳아 주실 적에 받고 성상의 덕화(德化) 속에서 자란 것이니, 하나라도 혹 훼손시킨다면 임금과 부모를 잊는 것입니다. 아! 저 간사하고 흉악한 무리들 또한 우리 임금의 신하이고 자기 아버지의 자식인데 임금과 부모를 무시한 채 강도들의 세력을 끼고서 안으로 본국의 사람들을 제압했습니다. 심지어는 군대를 끼고서 버티어 이런 일을 초래하였으니, 이 어찌 성상의 본뜻이겠습니까. 선비들이 혹 놀라서 산야로 들어가 숨었으니, 이것이 진실로 지사(志士)들이 피눈물 흘리며 통곡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천심(天心)이 화 내린 것을 후회하여 나라의 근심이 바른 데로 돌아가 애통한 윤음(綸音)을 내리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감격하여 흐느낀 나머지 곧이어 덩실덩실 춤을 췄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생각하면 애통하니, 차마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임금께서 매우 밝게 살펴 주시어 역괴(逆魁)들이 주벌을 받았는데, 그 나머지 새매와 사냥개 같은 앞잡이들은 아직도 거의 주벌의 그물에서 빠졌으니, 한탄을 이루 다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또 통탄할 만한 것이 있으니, 아부하는 무리로서 수재(守宰)가 된 자들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해야 되겠습니까. 마음이 바르고 몸이 단정한 뒤에 백성들에 임해 정사를 다스릴 수 있는 법인데, 마음이 바르지 않기 때문에 머리카락 깎는 것을 달갑게 여기고, 몸이 단정하지 않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여 간악한 적에게 아첨하여 그들의 밀어 주는 힘을 얻으니, 이와 같은데 어찌 수령의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이뿐만이 아닙니다. 당당한 정각(政閣)에 있는 고관대작들이 일개 화상(和尙)이라 창피함이 막심한데, 거기에다 또 벌써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훼손시켜 놓고는 다른 털을 섞어 상투를 가짜로 만드니, 더욱 지극히 가소롭습니다. 본심은 숨길 수 없는데,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사람들의 눈은 가릴 수 없는데, 사람들을 속일 수 있겠습니까.

저 상순은 비록 묻혀 사는 모진 목숨이지만 또한 교화받아 길러진 한 사람이라 떳떳한 본성을 스스로 갖추고 있으니, 한번 이 무리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지고 머리칼이 곤두섭니다. 비록 말을 많이 하는 허물을 얻겠지만, 이런 까닭에 감히 마음이 편치 못하여 통문을 씁니다. 삼가 바라건대, 군자들께서는 망발이라 여겨 버려두지 마시고 부디 모름지기 공분하여 그들을 배척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수령이나 재상과 아무개를 막론하고 만일 머리카락을 자른 자가 고을에 들어 오는 일이 있을 경우 그들을 멀리하여 버려 버리고 피하여 배척해서 오백 년의 예악제도와 문물을 길이 지켜 실추시키지 않게 된다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병신년(1896, 고종33) 정월 일

담양(潭陽) 선비 구상순(具相淳)

주석
기성(箕聖) 기자(箕子)를 말한다. 기자는 은의 현인으로 조선 평양에 와서 교화를 펴서 동방예의의 나라로 만들었다고 한다.
머리카락을 자르라 단발령을 말한다. 1895년(고종32) 고종은 자신부터 상투를 자르고 단발령을 내렸다. 이로 인하여 을미의병이 일어났다.
애통한 윤음(綸音) 고종은 단발령을 반대해 의병이 일어나자, 다시 편리한 대로 하라는 윤음을 내렸다. 단발령을 철폐한 조치였다.
일개 화상(和尙) 화상은 중을 일컫는다. 머리를 깎은 벼슬아치들을 중이라고 폄하해 말한 것이다. 벼슬아치와 수령들은 먼저 단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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