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현감(行縣監)은 다음과 같이 하첩한다. 본관이 이곳에 부임하여 귀로만 듣고 백성의 어려움을 미처 살피지 못했는데, 큰 흉년을 만나 민심이 흉흉해져서 마을의 관리들이 흩어지는 일이 계속 이어지고 눈앞의 근심이 그 또한 성대하다. 본면(本面)의 각 마을에 만약 스스로 먹고살지 못해 가족을 부축하고 이끌고서 경내(境內)를 떠나는 백성이 있으면, 해당 마을에서 일일이 데려다가 정착시키고 그 친척 및 이웃 마을 중에 구제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자를 택해서 그로 하여금 의연금(義捐金)을 내어 구호하게 하라.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의지할 데가 없어 구제하기 어려운 사람은 또한 즉시 뽑아 보고하여 관아에서 안주하여 살 수 있게 하라.
이제 막 특별히 면임(面任)과 동임(洞任)에게 신칙(申飭)하였지만 흉년에 굶주린 백성들을 구제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큰 정사(政事)이니, 면임과 이임(里任)과 향약장(鄕約長)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이 하첩이 도착하는 즉시 면임들을 모아서 각 리(里)에 두루 행하되, 일일이 살피고 신칙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제자리를 얻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하라. 그리고 의지할 데가 없는 사람들을 뽑아 보고하는 절차의 경우도 모름지기 신속하게 거행하되, 사사로움을 좇아 법령을 어기는 폐단이 없게 해야 할 것이다. 잘 살펴 시행하도록 이 하첩이 잘 도착하기를 바람.
이 하첩을 읍의 향약장은 준수할 것.
계사년(1893, 고종30) 12월 일 발(發)
첩(帖) (서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