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현감(行縣監)이 다음과 같이 하첩한다. 딱한 이 곤궁한 백성들이 이미 큰 기근을 겪었다가 이런 보리 풍년을 만나 거의 회복되었는데, 뜻밖의 눈앞에 닥친 좋지 못한 상황으로 반드시 민심을 흔드는 소요와 유언비어가 있을 것이다.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세 번 전해지면 거짓과 진실을 분별할 수 없고, 마을의 개가 백 번 짖으면 소리와 그림자가 모두 의심스러워지며, 융성함이 지극했다가 무너지면 그 사이에 요망한 싹이 트는 법이니, 이는 옛 시절에도 혹 그러하였는데 하물며 지금이야 무슨 괴이할 것이 있겠는가.
아! 저 동학(東學)의 군대는 비록 무기를 훔쳐 황지(潢池)에서 장난을 치는 것에 불과하지만, 돌아보건대 우리 명을 받들어 행하는 백성들은 반드시 고랑(皐狼)의 재앙을 진정시킬 것이다. 그런데 고부(古阜)에서 소요를 일으켜 금구(金溝)까지 미쳤으니 백성들의 심지(心志)가 혹 동요되기도 하겠으나, 명을 잘 따르면 조상의 사당에서 상을 주고 명을 잘 따르지 않으면 사직에서 죽여서 삼군(三軍)의 율령(律令)이 바야흐로 엄정하니, 표범과 같이 날랜 군사가 출동하는 것은 시원스레 만족시켜 주는 방도에 불과하고, 쥐나 개가 도둑질하고 상하게 하는 것은 깊이 우려할 만한 일이 못 된다. 별종의 사악한 무리가 소요를 일으키는 것은 다른 읍은 혹 그렇더라도 이 읍은 그렇지 않았다.
정도에 지나친 각종의 공납(公納) 문제는 어느 때인들 급선무가 아니었겠는가마는 지금은 더욱 급선무이니, 만약 혹여 민심이 흩어져 유언비어를 좋아한다면 훗날에 반드시 큰 후회가 있을 것이고, 또 혹여 관망하기만 하고 공납을 납부하지 않는다면 지금 다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특별히 신칙하여 효유(曉諭)하노니, 어리석은 백성들이 각각 잘 알아서 그 편안한 바를 편안히 여기고 납부할 바를 납부하게 하여, 위반해서 죄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마땅할 것이다. 잘 살펴 시행하도록 이 하첩이 잘 도착하기를 바람.
이 하첩을 읍의 향약장(鄕約長)은 준수할 것.
갑오년(1894, 고종31) 4월 일 발(發)
첩(帖) (서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