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에 오랫동안 소식이 뜸하였고 여름철이 이미 반이나 지나갔으니 그립고 울적한 마음이 매우 깊네. 이렇게 점점 더워지는 날에 벼슬살이는 계속 잘하고 있고 식구들은 잘 지내고 있는가? 지난 인편에 부친 편지를 큰아우가 받아 보았다니 위로가 되네. 또 전생서(典牲署) 주부(主簿)로 옮겨 사은숙배(謝恩肅拜)하였으니 이미 숙직에 나아갔으리라 생각하네. 관서(官署)의 상황이 전에 비해 황폐해졌고 번(番)을 드는 순서도 번번이 끊길 터인데 장차 어떻게 견뎌내겠는가? 시종일관 고달프니 이런 때를 당하여 푸른 하늘의 기러기가 절실하게 떠오르네. 참봉(參奉)이 순한 말을 얻어 단양(端陽, 단오) 후에 물길로 출발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과연 언제쯤 움직일지 한창 기대가 되네. 청동(淸洞)은 또한 무탈하다고 하는가? 모두 절실히 마음이 쓰인다네.
내 상황은 근래엔 조금 나아졌다네. 참판(參判)의 증상도 점차 나아가는 양상이지만 담수(痰嗽)가 고질병이 되었다고 할 만하네. 피골이 상접해서 언제쯤에나 예전대로 회복할지 알 수가 없으니, 바라봄에 매우 근심스럽네. 두 어린 손자들이 잘 자라고 있으니 다행이네. 완산부(完山府)의 성이 함락되었으니 참으로 큰 변고일세. 도백(道伯)과 반자(半刺)가 혼비백산하여 도망간 것을 다른 나라에 들리게 해서는 안 되는데, 이로부터 절개를 세워 의리에 죽는 사람은 말단의 직임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네. 최근의 전보(電報)는 어떠한가? 신임(新任) 도백은 이미 임지(任地)에 부임하였다고 하는가? 동학의 무리들은 기운을 기르고 있을 뿐이지 조금도 징계하여 고칠 뜻이 없으니 통탄스럽네. 직부(直赴)가 길을 떠나가기에 이를 부치네만, 참봉이 빠뜨린 것은 이미 길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네. 나머지는 이만 줄이네. 격식을 갖추지 못하였네.
갑오년(1894, 고종31) 5월 초9일. 백형(伯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