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보 (58) 11월 21일 ○ 동학당이 좌수영에 보내는 글 무릇 우리의 도(道)는 근신수약(謹身守約)을 근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더구나 의(義)를 떨쳐 세상에서 행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수재(守宰)의 탐학(貪虐)과 백성의 곤궁과 고달픔에 의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종족이 우리 강토를 침범하므로 단결하여 이를 방어하였습니다. 본영(本營)은 과거에 경거망동을 잘 헤아려 따진 적이 있었는데, 지금 훈시를 보면 그 뜻이 매우 정중하여 오로지 화(和)를 중심으로 삼는 것만 한 일이 없다고 하고 또 내지(內地)의 흉년이 들어 피폐함은 정말로 불쌍히 여겨야 할 것입니다. 지금 만약 무리를 지어 봉기한다면 내지의 백성이 반드시 뜻밖의 재난에 연루되므로 잘 참작하여 이에 대처하기 바랍니다. 백성은 곧 도인(道人)이며 도인은 곧 백성입니다. 어찌 백성이 백성을 공격하여 그 땅을 평안히 하고 그 나라를 지킬 수 있습니까? 그리고 이같이 화해한 뒤 다시 도인을 해치는 폐가 있다면 마땅히 힘을 합하여 함께 토벌해야 할 것입니다. 청컨대 잘 살펴 이에 대처하기 바랍니다. 또 본영은 남쪽 끝의 요충으로 목구멍[咽喉]과 같은 위치에 있습니다. 바라건대 각각 열심히 방어하여 외국인이 분수에 넘치는 야심으로 기회를 노리고 엿보게 하지 말게 할 것입니다. 삼가 통첩(通牒)합니다. 갑오(甲午) 10월 24일 영호(嶺湖) 대의소(大義所) 잠(箴) 좌수영(左水營) 삼군(三君) 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