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보 (58) ○ 동학당의 건언(建言) 삼가 엎드려 생각건대 하늘이 대운(大運)을 내려 인간에게 이 법을 가르치는 것은 그 악(惡)을 선(善)으로 변화시키고 백성을 인수(仁壽)의 영역에 올라가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이 명명(明命)을 되돌아보면 들어가서는 효(孝), 나와서는 경(敬), 위로는 나라를 보좌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성상(聖上) 오백 년의 휴양의 덕(德)이 이 백성들에게 널리 전해지는 까닭이다. 바라건대 순환의 운(運)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어찌 경탄(敬歎)하지 않을 것인가? 최근 세태가 변하고 운이 없고 민심이 경박하여 천리(天理)를 따르지 않고 천명(天命)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리고 왜양(倭洋)의 변과 심한 기근이 있으며 실로 탐혹한 서리, 힘이 센 민(民)이 백성을 침탈하여 일세(一世)를 도탄(塗炭)에 빠지게 하여 백성의 원한이 하늘을 찌르니 그 죄가 땅을 뚫고 나온다. 이런 때에 지사인인(知士仁人)인 자가 어찌 말을 참고 보는 것을 참을 수 있겠는가? 우리 백만 명은 더욱 인의(仁義)의 계획을 정하여 처음으로 의기(義旗)를 들었으므로 호남(湖南)-충청도-을 모두 평정하고 이어서 충유(忠猷)를 정했기 때문에 사진(沙晉)-경상도의 이칭일 것이다.-을 모두 평정하였다. 다시 우리의 도(道)가 환하게 세상을 밝힐 때를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지금 듣기에 통상(統相)-통상은 섭정 대원군을 말하는 것이리라.-의 정치가 밝고 덕이 넘치고 대도(大道)가 이미 나타나 소민(小民) 모두가 바라건대 이는 이른바 대한(大寒) 뒤의 양춘(陽春)이며 퇴파(頺波) 가운데 저주(抵柱)이다. 어찌 아름답지 않은가? 그러므로 의기(義旗)가 들어가지 않고 인정(仁政)이 가장 빛난다. 바라건대 더욱 잘 생각해 본영 및 각 도읍진(道邑鎭)의 군병(軍兵)과 근래의 여러 가지 폐해, 각종 노역(勞役)을 면제하여 위로는 국가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편하게 하기를 바란다. 삼가 부족함을 돌아보지 않고 말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