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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일러두기

삼가 아룁니다. 신이 지난날에 외람되이 상소를 올려 성가시게 해 드렸던 것은 참으로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정성에서 나오고 울분에 절박해서였으나, 말이 이치에 닿지 않아 몹시 어긋나고 거칠었습니다. 이에 움츠려 엎드려서 숨을 죽이며 공경히 엄중한 견책을 기다렸는데, 오직 우리 전하께서 그러한 신의 마음을 헤아리고 신의 어리석은 고집을 용서하여 처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 너그럽게 깨우쳐 주는 은혜로운 비답(批答)을 내리셨습니다. 신이 이에 감격하고 황송하여 마음을 진정하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눈물을 줄줄 흘렸습니다. 용렬하고 못난 신이 전하의 심기를 거슬러 소리 높여 호소하였는데 오히려 자상하기 그지없는 총애와 대우를 입었으니, 이리저리 생각하고 헤아려도 일개 신 같은 사람이 어찌 감히 살아서는 목숨을 바치고 죽어서는 결초(結草)하여 작게나마 만에 하나라도 보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힘써 해야 할 나랏일을 이리저리 말을 돌려 회피하고 자신의 편함만 찾는다면 분수와 의리로 헤아릴 때 죄가 이보다 큰 것이 없습니다. 신이 비록 어리석고 배우지 못하여 자질이 목석처럼 보잘것없지만 또한 일찍이 “다른 재능은 없어도 마음만은 성실하다.[斷斷無他]”라는 말과 “몸과 마음을 다해 나랏일에 이바지한다.[鞠躬盡瘁]"라는 말을 신하 된 사람은 종신토록 마음에 간직해야 한다고 들었기에, 신은 이 말만큼은 스스로 입으로 외우고 가슴에 새겨 이러한 마음으로 해 나가 큰 잘못을 면하고 작은 정성이나마 바칠 수 있기를 기약하였습니다. 신이 맡은 참무관(參務官)의 직책으로 말하면 바다를 건너가는 것을 어찌 꺼리겠으며, 공사관(公使館)에 머무는 것이 고생도 아니거니와 더구나 명이 이미 오래전에 내려 떠날 날이 가까이 임박하였으니, 오직 뜻을 다해 힘써 응대하고 세세히 합당하게 할 뿐입니다. 갑자기 무슨 사양할 만한 뜻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지금 임금께서 받은 모욕과 나라의 수치는 지난 역사에는 없던 일이라 벼슬아치도 초야의 선비도 거의 피눈물을 흘리고 간담이 찢어질 지경이며, 심지어 사대문 안 마을의 아녀자와 아이들 및 멀고 가까운 지방의 온 백성까지도 통분하여 전쟁에 나가 한번 목숨 바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민심이 격동하면 하늘의 이치가 감응하는 법이라 저들은 오래지 않아 낭패를 당해 패하여 달아날 것이니 이 또한 확신할 수 있습니다. 신 또한 떳떳한 본성을 갖춘 한 인간이기에, 차라리 저들에게 잡혀가 포로가 되어 저들을 질타하고 꾸짖어 설욕하거나 군대의 편성된 대열에 충원되어 간과 뇌가 터져 길에서 죽을지언정, 어찌 차마 사신의 칭호를 띠고 마지못해 가서 부임하여 마침내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잊고 도리어 저들의 훼방과 모욕을 감수하며 스스로 울분을 억누르고 억지로 기쁜 척할 수 있겠습니까. 만일 혹시라도 신이 마침 사변(事變)의 기회를 만나 핑계를 대어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한다면 진실로 이런 궁구를 하는 사람에게 어떤 벌이든 내리지 않겠습니까. 다만 신의 다급한 정성과 괴로운 심정에 스스로 그만둘 수 없어서이니, 이는 천지가 굽어보고 귀신이 질정해도 변함없는 마음입니다. 이에 감히 누누이 번거롭게 아뢰어 성상의 귀를 거듭 성가시게 하였으니, 삼가 바라건대 명철하신 성상께서는 곡진히 헤아리셔서 신의 기필코 사임하려는 뜻을 특별히 허락해 주시고, 이어 신의 피하기 어려운 죄를 다스리소서. 6월 20일에 상소를 써서 올렸는데 다음 날 아침에 왜병이 대궐을 침범하는 변란이 일어났으므로 상소가 성상에게 보고되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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