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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일러두기

갑오년(1894, 고종31)에 우리가 서로 헤어졌던 것은 난리로 나라가 어지러워서였습니다.마침 저의 처신이 불안하여 왕래하느라 형이 갑자기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도 미처 달려가 이별을 고하지도 못했습니다. 위급하고 정신없는 때였지만 서운하고 속상한 심정이 오히려 어떠했겠습니까. 이후로 더욱 시절의 기미가 갈수록 망측해지는 것을 보고 마침내 분하고 한스러운 마음을 참고 시골집으로 물러나 엎드려 있었습니다. 이듬해 봄에 이르러 호남(湖南)의 소요가 조금 누그러지고 죄과가 정해졌다고 들어서 집터를 팔아 비용을 마련했으나 식구들을 이끌고 돌아온 며느리와 손자 및 딸의 척족(戚族)들이 5,6개월 안에 갑자기 몰려와 어쩔 수 없이 임시 거처에 눌러앉았습니다. 화적의 위협과 도적의 경보가 전후로 번갈아 이르렀지만, 자신을 반성하고 허물을 자책하는 것이 더욱 스스로 두려운 상황이라 떠날지 머물지에 대해서는 계책을 세우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게다가 아내의 병환이 심해져서 자식들의 마음과 형편에 폐륜(廢倫)을 면하게 해 주는 것이 되니, 시급하고 안타깝지만 전혀 도리가 없어 또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서현(西縣)에 부임하지 않은 것은 이미 감히 부임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고 남군(南郡)을 사양한 것도 염치를 무릅쓰고 명에 응하기 어려운 데다가 병도 마침 극심해져서였습니다. 이것이 공적으로 사적으로 제가 지낸 내력입니다. 이미 외지고 구석진 곳에서 환난에 빠져 있는 중에도 형이 당한 일을 되짚어 보면 아직도 지극히 모호하여 한편으론 답답하고 한편으론 한탄스러웠는데 벗 안사응(安士應)을 만나 비로소 전말(顚末)의 대략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찍이 말씀하시기를 “양기(陽氣)가 지나친 증세양기(陽氣)가 지나친 증세는 바로 본성이 격발된 것이다. 오직 의리(義理)가 있는 바를 따를 뿐 어찌 성패(成敗)를 논하겠는가. 힘이 있으면 안정시킬 수 있고, 정당한 말이 있으면 부지할 수 있다.” 하셨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같은 마음으로 서로 통하니, 마음에 담아 두지 못하나 다 말하기도 오히려 어렵습니다. 원오(元五) 형은 계속 잘 지내고 있으며 자주 다녀가는지요? 두 분 모두 간절히 그립습니다. 5월에 도성의 우체 편을 통해 특별히 보내신 편지를 받았는데, 이 편지는 작년 11월에 보내신 편지였으니 너무나도 기쁘고 정신이 번쩍 들어 마치 몇 생애나 건너뛰어 소식을 들은 듯하였습니다. 이 편지 덕분에 댁내 모든 분들이 편안하시다는 것을 알았지만, 벌써 추운 겨울을 보냈고 더운 여름도 보냈으며 또한 해가 바뀐 지도 오래되었으니 곧바로 울적하고 아득한 마음이 일었습니다. 저는 요즘 가난과 병이 여전한데 계속되는 담증(痰症)이 빌미가 되어서 점점 깊은 고질병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먹을 음식도 약도 모두 쉽게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니, 지금은 기운이 빠지고 몸은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자연 살핌도 깨달음도 없을 뿐입니다. 삼천(三泉)의 홍형(洪兄)은 5년 동안에 혹여 한두 차례라도 만나 보셨으며 또한 그 뒤로 소식은 서로 듣고 계시는지요? 때마다 스스로 마음으로만 정성스레 왔다 갔다 합니다. 겨우 정신이 들고 기운이 나는 때를 얻어 이렇게 대략 답장을 써서 부칩니다. 서울에서 과연 유실되지 않고 잘 도착하여 받아 보시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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