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먼저 장산(丈山, 정경원(鄭敬源)) 형의 편지를 받고서 제절(諸節)이 편안하고 강건하시다는 소식을 대략 듣고는 마음이 매우 기쁘고 위로가 되었는데, 마침내 6월 말에 보내주신 편지를 8월 초에 받았습니다. 감사하고 반가운 마음에 마치 직접 만나 회포를 푼 것만 같아 지구 반대편에 서로 떨어져 있다는 사실조차 문득 잊었습니다. 근래 날씨가 부쩍 싸늘해졌는데 이런 때에 건강은 다시 어떠신지요? 풍속이 다르고 풍토도 다르지만, 과연 지치지 않고 더욱 강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이역(異域)의 문자가 같지 않고 해괴한 풍속이 많은 것은 중국의 인의(仁義)와 육예(六藝)를 알지 못하고 문명의 시초를 독자적으로 갖추었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평소에 덕을 힘써 닦고 학업에 정진하신 존형께서 이런 체험할 기회를 만났으니, 기이하고 교묘한 물질문명에 현혹되지 않고 오직 빛나고 올바른 기운이 온몸에 드러났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저들을 훈도(薰陶)함에 있어서 지나가는 곳마다 교화하고 도를 알려 저 미주(美洲)에 성인의 도가 열릴 것입니다. 아! 저 나라가 품물(品物)이 순수하고 도타워 만약 누군가 즐겨 따라 훌륭하게 변화한다면 어찌 참다운 유자(儒者)가 나오지 말란 법이 있겠습니까. 지난번에는 특별히 은점(銀點)을 받아 자급이 오르고 도정(都政) 때 바로 성균관 대사성의 후보 추천에 들어가셔서 은혜가 일반적인 격식을 훨씬 뛰어넘었으니, 먼 이국에서 감읍하는 마음이 다른 때보다 곱절이나 더할 것입니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 몇 번의 소식통이 있어서 근래에 편안하시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응당 가정과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간절하실 것이니 너무나도 절실히 염려됩니다. 저는 객지생활의 괴로움과 벼슬살이에 대한 고뇌로 지금까지도 휴식하기가 어렵고 냉기로 인한 설사가 20일이나 지속하여 평소 앓던 질병이 틈을 타고 도져서 시름시름 지내고 있습니다. 마침 경리종사(經理從事)의 직함에 매여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뜻은 이루지도 못하고 있으니 다만 스스로 불안하고 울적할 뿐입니다. 사백(舍伯, 자기의 맏형)은 근래 편안히 지내고 있고 한 달 전에는 종숙(從叔, 아버지의 사촌 형제)이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혈혈단신이 된 고아의 집안이 심히 슬프고 놀랍고 참담하고 한탄스러워 형언할 수가 없습니다. 장산이 먼저 귀국할 터인데 분명 떠나고 남는 것에 대한 회포를 누르기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더욱 노력하여 몸을 아끼셔서 사신의 일을 잘 마치고 얼른 돌아오십시오. 비록 우체 편으로 편지를 부치는 비용이 약간은 들지만, 마땅히 문안편지를 계속 보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