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동비(東匪) 무리의 변고는 역사상 있지 않았던 바입니다. 끝내는 경군을 수고롭게 하고서야 그 수괴가 연이어 제거되었습니다. 국맥(國脉)이 이에 힘입어 연장되고, 우리의 도가 이에 힘입어 편안해지니 다행이 아니겠습니까. 따뜻한 기운이 한창 도는 요즘, 선생님의 도를 닦으시는 체후(體候)가 하늘의 도움을 받아 편안하실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간절히 축원하는 마음을 잠시도 놓은 적이 없습니다. 소자는 안 좋은 일을 너무 많이 겪어서 정신이 있는 듯 없는 듯 하니, 이른바 “나아가는 것이 마치 나루를 잃은 뗏목과 같다.”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또한 저의 자질이 못난 탓이겠지요. 의장제도(衣章制度)에 관해 드렸던 말씀은, 궁벽한 시골의 후생으로서 비록 주제넘은 근심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우리 선생님께서 자정(自靖)하겠다는 뜻으로 맹세한 소본(䟽本)이 지금까지 때 묻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그러므로 손을 씻고 엄숙히 읽고서 눈살을 찌푸리며 부질없는 말이나마 해 본 것입니다. 마치 마음이 병든 사람 같지만 그것이 바로 한 가닥 위태로운 본성을 간신히 유지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세상일에 얽매여 살고, 호산(湖山)이 또 멀리 있어서 선생님을 모실 날을 기약할 수 없으니 삼가 지극히 한탄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