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이르기를 “시국이 이미 이와 같으니 다리를 놓아 일본인과 친분을 맺는다면 보전할 수 있다.” 하면서 재물과 비단으로 뇌물을 쓰기도 하고 술과 음식을 대접하기도 하니 참으로 가소롭다. 대세가 기울어져 온 나라 백성의 모든 집안 재산이 이미 저들의 소유가 되었으니 어찌 사소한 뇌물이나 일시적인 안면으로 이미 차지한 물건을 되돌려 주려 하겠는가. 혹자가 이르기를 “갑오년(1894)의 소요를 겪은 뒤에도 약탈당하지 않은 자들은 여전히 부유하다.” 하면서 재물을 깊이 감추고 인색하게 구는 것이 날로 더욱 심하니, 참으로 가소롭다. 갑오년의 소요 때에는 사람이 우리 백성이었고 나라도 우리 땅이었기에 위급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구제를 요청할 길이 있었고 재산 등의 물건을 숨길 곳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이 우리 백성이 아니고 나라가 우리 땅이 아니니 장차 누구에게 구제를 요청할 것이며 어디에 재물을 숨기겠는가. 내가 보건대, 이는 곧 오랑캐의 재산을 지키는 종에 불과하니, 빈궁한 이들을 구휼하고 의병을 보조하는 사람과 비교할 때 지혜로움과 어리석음이 과연 어떠한가? 애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