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령이 왕의 영덕(靈德)을 의지하니 분개한 우리가 모두 마음에 바라던 바이고, 온 백성이 하늘의 기강을 요구하니 본성을 가진 너희가 마음을 바꾸는 것이 마땅하다. 실로 미혹되어 알지 못하는 것이니, 호소할 데가 없는 것은 애처로울 만하다. 아! 호남의 백성들이여, “성상의 교화가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라. 어찌하여 혁연하게 밝은 명을 기다리지 않는가. 훌륭하다! 성상의 윤음이 빈번히 내려 우로에 젖듯 인자한 은혜를 흠뻑 입었으니 하물며 적상(赤裳, 전라북도 무주군 적상면(赤裳面))은 가까워서 빛나는 은총이 산천을 가득 덮고 있음에랴. 백성이 밭을 갈고 우물을 파며 분주하게 살아가면 임금의 힘이 어디에 있는 줄을 알지 못하고, 효도하고 우애하며 화락하고 편안하면 백성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직무에 대해 허물할 것이 없는 것이다. 저 요사한 자들이 나서서 떠드는 말을 어이할꼬, 어리석은 백성들이 그 기세를 따르니 슬프도다. 백정을 은밀히 휘파람으로 불러 모아 마침내 녹림(綠林)에 범죄자들의 소굴을 만들고, 백성을 협박하고 몰아대니 곧 황지(潢池)에서 병기를 들고 장난하는 것과 같도다. 고을의 사대부를 종처럼 꾸짖으면서 채찍질하고 넘어뜨려 해악을 끼치고, 관청의 관리들을 원수로 보고서 구박하고 내쫓아 위세를 높였다. 마침내 우리 수령이 왕명을 받들어 동남쪽에서 사람을 모으니, 백성들과 선비들이 소식을 듣고 원근에서 떨쳐 일어났다. 용감한 군사들의 삼엄한 깃발과 북소리는 우레처럼 세차고 날래며, 필승을 위한 치밀한 계책은 귀신처럼 신묘하고 기발하다. 23개 고을을 지휘하는 것이 마치 팔을 쓰듯 하니 그 누가 목숨을 바치려는 마음이 없겠으며, 70개 고을을 제압하기를 목을 쥐듯 하니 실로 살리고자 하는 음덕을 미룬 것이로다. 이에 나에게 마을의 부대를 통솔하게 하고 귀 지역을 적도의 소굴로 차마 여기게 하였다. 모든 면민이 무기를 들고 군역에 종사할 때에 비록 지휘자의 웅대한 전략이 부족한데도 충심으로 모든 상황에 임하여 헤아려 대적하니 마땅히 측은히 여기는 조정의 뜻을 전하노라. 풍속이 똑같지 않으니, 이 땅 저 땅 구분할 것이 없다고 어찌 말하겠는가마는 정령(精靈)이 아직도 남아 있으니 지금이 옳고 지난날은 잘못되었음을 거의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돌아보건대 성스럽고 신묘한 우리 임금이 새로 개혁하여 교화를 이루시니, 하물며 우매하고 어리석은 너희가 다시 태어나는 기회임에랴. 푸른 하늘에 밝은 해가 뜨면 요사한 것들이 곧장 사라짐을 환히 볼 수 있고, 차가운 골짜기에 봄 햇살이 들면 초목이 비로소 무성해짐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다. 일찍이 그 누가 집도 절도 없으면서 후회하지 않았겠는가? 우리와 같이 농사지으면서 서로 즐겁게 살자. 만일 미혹됨을 고집하면서 돌아오지 않는다면 스스로 죄를 부를 뿐이니 어디로 달아나겠는가? 이단이 백성들을 어지럽히는 것은 옛 법에 사람마다 마땅히 성토한 바이고, 아랫사람이 고의로 상전을 범하는 것은 모두가 분개하여 어디서든지 용납하지 않는다. 너그러울지언정 가혹하게 하지 않은 것은 옛날 문ㆍ무왕의 이장(弛張)하는 법도이고, 반역을 일삼다가 다시 순하게 되는 것은 바로 재앙을 복으로 바꾸는 기회이다. 나의 군대는 이름에 마땅한 자를 죽이지 않으니, 이 백성들은 속이면서 살아가는 것을 심히 부끄럽게 여긴다. 잘못을 고치는 것이 귀함이 되니 기왕의 잘못을 따르지 말고, 마음으로 느껴서 마침내 깨달아 함께 새로워지는 변화에 참여하자. 어느 날 용감히 먼지와 때를 씻어내면 구름이 사라지고 안개가 걷힐 것이요, 사해가 모두 은혜로운 물결에 젖으면 바람이 평온하고 햇살이 찬란할 것이다. 이에 진심을 보이는 바이니 부디 귀 기울여 살펴보길 바라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