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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일러두기

시대의 변고가 날로 더 심해져 우리의 생사도 족히 구제할 수 없으니 국사(國事)와 세도(世道)를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말하자니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지경에서 감히 다른 것은 여쭐 수 없고 다만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예전에 농계(聾溪) 이공(李公)-수언(秀彦)-이 날로 어그러지는 상황을 만나 전라도 관찰사로 좌천되었다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체직되었습니다. 그런데 공이 올라가는 도중에 부장(副將)을 시켜 신표(信標)를 반납하게 하고 본인은 곧장 고향집으로 돌아와 스스로 ‘농계(聾溪)’라고 당호(堂號)를 달고 입으로 절대 시사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는데, 누가 와서 물으면 번번이 편액을 가리키며 보여 주었답니다. 여러 번 관직에 제수되었지만 한 번도 나가지 않다가 오직 세자(世子)의 가례(嘉禮)가 끝난 뒤에 한 번 조정에 나갔습니다. 이윽고 돌아오려 하는데 조정의 요직 인사가 찾아와 보합(保合)의 도(道)를 역설했지만, 공이 웃으면서 사양하기를 “보합은 농사꾼이 관여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하였고, 한강을 건널 때에는 농암(農巖)선생이 찾아와 작별하며 말하기를 “온 세상이 모두 부귀에 취해 명예와 절의가 있는 줄을 알지 못하는데, 공은 홀로 용감하게 벼슬자리에서 물러나 쇠퇴한 풍속을 면려하시니 진실로 세도(世道)을 위해 하례하는 바입니다.” 하니, 훗날 도암(陶菴) 이 문정(李文正)이 비문에 이 일을 언급하여 찬미하였습니다. 지금 대감의 이번 행차는 농계 선생의 경우와 비슷하지만 시대 상황이 위험한 것은 그보다 훨씬 심합니다. 만약 이로 인하여 벼슬을 내놓고 돌아와 마음을 끊고 세상과 이별하며 다시는 벼슬자리에 나가지 않고 명예와 절의를 보존하실 수 있다면, 쇠퇴한 풍속을 면려하고 세도를 부지하는 점에서 마땅히 어떠하겠습니까? 오늘날의 농계가 되는 데에 부끄럽지 않을 것이며 또한 농암이 하례하고 도암이 찬술한 것과 같은 일이 장차 있을 것이니, 도리어 아름답지 않겠습니까. 부디 대감께서는 익숙히 헤아리시어 조속히 결단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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