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말들이 날로 성하여 우리의 도(道)가 매우 위태로우니,이러한 때에 정도(正道)를 그리워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마치 굶주림에 허기진 듯합니다. 멀리서 보내주신 편지를 갑자기 받으니 직접 뵙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보내오신 편지에 “두문불출하면서 노친을 봉양하고 있습니다만 글공부에는 전혀 힘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셨으니, 이 말에서 군자가 배울 때에 따라가지 못할 듯이 하는 성대한 뜻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식의 직분에 따라 부모님께 좋은 음식을 올리는 것이야말로 천지간에 제일 즐거운 일이요 학문 가운데에 진정한 도리이니 이 밖에 어찌 다른 학문이 있겠습니까. 글공부에 있어서는 비록 혹 남보다 조금 못하더라도 군자가 되는 데에는 또한 해가 되지 않습니다.